로그인 회원가입
K-VINA 회원가입 혜택

1. 한국경제TV 통합 원스톱 회원가입

2. 뉴스레터, 베트남·글로벌 한줄뉴스, 정보 무료 제공

3. 센터 세미나/투자설명회 무료 참석

통합 회원가입하기 닫기

한경 K-VINA, 케이비나

한경 K-VINA, 케이비나

한국경제TV 기사만
원유시장 '마이너스 거래' 출현…"재고 처리니까 돈받고 사갈께"

기사입력   2020.03.30 09:00

[03월 30일(09:00)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선한결 국제부 기자) 세계 유가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미국 시장에서 ‘마이너스 거래’가 나왔습니다. 원유를 판 기업이 아니라 사가는 기업이 돈을 받는 거래입니다. 원유 시장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 이같은 사례가 또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무슨 일인지 알아봤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원자재거래기업 머큐리아에너지그룹은 아스팔트용 와이오밍 사워유(油)를 배럴당 -19센트에 입찰했습니다. 원유를 사줄테니 판매자가 돈을 내라는 얘기입니다.

원유시장에서 마이너스 거래는 상당히 이례적인데요. 전례를 찾기 힘든 수요 하락과 공급 증가가 겹치면서 일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단 지난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원유시장 수요가 감소했습니다. 사람들이 여행을 가지 않다보니 항공 등 교통수단에 쓰이는 석유제품 수요가 줄었습니다. 각국에서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것도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고요.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난 26일 한 행사에서 글로벌 원유 수요가 하루 최대 2000만 배럴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와중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증산 '치킨게임'에 돌입하면서 유가가 확 떨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전세계 원유 재고량도 크게 늘었는데요. 원유 가격이 급락하자 일부 기업이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에 도달하면 유가는 다시 오를테고, 그러면 가격 '바닥'에서 원유를 사둔게 이익일테니까요.

이미 미국 주요 원유 허브인 오클라호마 쿠싱의 원유 저장탱크는 절반 이상이 찼다고 합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지난 26일 올 상반기 내에 세계 각국의 원유 저장고가 모두 찰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유 일부 유종은 자리만 차지하는 재고가 됐습니다. 일부 기업들이 WTI유나 브렌트유 등을 쌓아두고 있지만, 등급이 낮고 쓰임새가 한정된 원유의 경우엔 굳이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저장 여력이 있다면 수요가 높은 유종 재고를 확보하는게 더 나은 선택이니까요. 이번에 마이너스 가격 입찰가가 나온 사워유는 유황함유량이 높은 저등급 원유입니다. 도로 포장용 아스팔트 등에 쓰인다고 하네요.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재고만 쌓이다보면, 보관 비용이 재고 제품의 가치보다 더 높게 들 수 있다”며 “이런 경우 기업간 거래 단계에서 마이너스 가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2015년 캐나다 원유 가격이 폭락했을 때도 일부 유종이 마이너스 가격까지 떨어졌습니다. 당시 북미 일대서 원유 가격이 낮아지면서 미국 노스다코다 사워유가 배럴당 -0.5달러에 손바뀜됐다고 하네요.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원유 트레이더들은 다른 유종에서도 '마이너스 가격'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에너지시장분석기업 ESAI의 엘리자베스 머피 애널리스트는 “앞으로도 저장고가 부족한 지역에선 수요가 낮은 유종의 원유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시추를 중단하는 유전이 좀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북미에서 수요가 낮은 유종은 이미 배럴당 한 자릿수 달러 범위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기준 캐나다 웨스턴셀렉트는 배럴당 5.06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올해 초 배럴당 40달러에 손바뀜된 것을 고려하면 가격이 8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미국 오클라호마 사워유는 배럴당 5.75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와이오밍 스위트유 가격은 배럴당 3달러에 불과합니다.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석유기업 일부는 시추 작업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7일 원유정보업체 베이커휴즈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석유기업들은 지난주 리그(원유 시추기) 40개 가동을 멈췄습니다. 가동 중단 수로는 2015년 4월 이후 이래 최대입니다. 세계 최대 원유 서비스제공업체인 슐럼버거는 앞서 북미 시추 활동이 올해 2분기 안에 더욱 가파르게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유가가 아직 더 내릴 여지가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의 페르 매그너스 니스빈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5월께 바닥을 칠 것”이라고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말했습니다. 제이슨 게이블맨 코웬 애널리스트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5달러 선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고요.

내달 사우디가 본격 증산에 나서고, 원유 창고가 재고를 더 쌓기 어려울 정도로 차면 유가가 더 내릴 수 있다는게 중론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에서 시추 작업이 줄고 있지만, 이로 인한 생산 감소분이 시장에 유의미하게 반영되기까지는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끝) /always@hankyung.com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