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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권 강화하는 한국…경영자율 높이는 미국

기사입력   2020.09.24 17:54

최종수정   2020.09.24 17:54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회사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강화했다. 주주제안을 비롯한 주주 행동이 남발되면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주주들까지 피해를 본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반면 한국에서는 ‘기업규제 3법’으로 주주 행동이 과도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SEC는 주주제안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규정 개정안을 23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최소 1년은 해당 주식을 보유해야 주주제안을 할 자격을 얻는다.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한 주주는 주식 2만5000달러어치 이상을 갖고 있어야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기존 규정은 보유 1년 이상에 2000달러 또는 지분율 1%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1~2년 투자 기준 보유 주식 최소 요건이 12.5배 강화된 것이다.

대신 주주제안 자격 요건을 △2~3년간 보유하면 최소 1만5000달러 △3년 이상 보유하면 최소 2000달러로 정해 장기 투자자는 우대하기로 했다. 또한 개정안에서 정한 최소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소액투자자가 모여서 주주제안을 내는 행위도 금지하기로 했다. SEC는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이 규정을 손봤다.

SEC는 성명을 통해 “주주제안 남용으로 기업과 다른 주주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고려했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미국상공회의소 등은 과도한 주주제안으로 기업의 경영 자율성이 침해당하고 시간과 비용 낭비로 이어진다고 주장해 왔다. 일례로 미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2월 SEC에 “주주제안 안건 하나를 검토하는 데 꼬박 75시간이 걸린다”고 호소했다.

SEC는 또 일반 주주들이 과도한 주주 행동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주주제안 안건을 검토하기 위해 일반 주주들 역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美, 상장사 주주제안 문턱 높이자…기업들 "경영자율 침해 해소" 환영
한국의 경우 상장사 주주제안 자격은 주식 보유 6개월 이상에 지분율 1% 이상인 주주에게 주어진다. 비상장 주식회사에 주주제안을 하려면 보유 기간 제한이 없는 대신 지분율이 3% 이상이어야 한다. 보유 기간 조건은 미국이 더 엄격하고, 지분 조건은 한국이 더 까다롭다고 볼 수 있다.

SEC는 이번에 부결된 전력이 있는 주주제안을 또다시 상정할 수 있는 조건도 1954년 이후 66년 만에 강화하기로 했다. 동일한 주주제안이 주총에 자꾸 올라와 기업과 다른 주주의 시간 낭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지금은 과거 주총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3~10% 얻은 주주제안에 한해 재상정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5~25%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번 SEC의 개정안은 모두 2022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소액 투자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현 규정으로는 주주제안이 가능한 미 S&P500 기업의 개인투자자 중 50~75%가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주주의 정당한 권리를 SEC가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반대파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제이 클레이턴 SEC 위원장이 미 공화당의 속내를 그대로 반영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꺼리는 경향이 이번 규정 개정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정안 결정에 참여한 5명 중 반대표를 던진 2명은 모두 민주당 측 인사였다.

한국은 미국과 반대로 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기업규제 3법 중 하나인 상법 개정안은 상장사에 임시주총 소집 등 소수주주권(소액주주권)을 행사할 때 의무 보유 기간(6개월)을 피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했다. 현재는 상장사 기준 소수주주권 행사를 위해서는 6개월 이상 0.01~1.50%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반면 개정안은 지분율 1~3%를 확보하면 보유 기간은 관계없다. 주식 매입부터 주주 명의가 변경되는 사흘만 기다리면 바로 임시주총부터 이사·감사 해임청구권, 회계장부열람청구권 등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는 ‘칼’을 손쉽게 쥘 수 있는 것이다. 기업사냥꾼 등이 상법 개정안을 악용할 경우 경영권 공격을 당하는 상장사가 다수 등장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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