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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96% 줄인다"…'먹튀 논란' 휘말린 일본 최대 여행사

기사입력   2021.02.26 15:43

최종수정   2021.02.26 15:43


일본 최대 여행사 JTB가 자본금을 96% 줄이는 '자본감소' 조치에 나선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는 등 최근 악화된 경영상황을 고려한 특단의 조치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JTB는 23억400엔(약 240억원)인 자본금을 1억엔(10억원) 아래로 줄이는 자본감소를 추진한다. 지난 12일 주주 승인을 받은 감자 결정은 다음달 31일부터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간다.

JTB는 자본감소 결정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여행 수요 감소로 경영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적 손실 1조원… 창립 100년 만 '최대'
1912년 방일 외국인 관광객 지원을 위한 '일본관광공사'로 출발한 JTB는 1962년 여행사업을 분리해 종합여행사로 독립했다. 그동안 여행업을 중심으로 물류, 출판, 운송, 금융, 식음료,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광고·홍보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현재 JTB 주요 주주회사는 일본교통공사를 비롯해 동일본여객철도, 미츠비시 UFJ은행, 일본항공, ANA홀딩스 등이다. 한국시장에도 진출한 JTB는 지난 2007년 롯데그룹과 각각 50%씩 지분을 투자해 합작법인 '롯데JTB'를 설립했다.

연 1조엔(약 10조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던 JTB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JTB의 월 50억~60억엔을 유지하던 거래량은 지난해 95% 넘게 감소했다. 2019년 1~3분기 43억엔(약 455억원) 흑자였던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781억엔(약 8166억원) 적자로 곤두박질쳤다. JTB는 올 3월까지 누적 경상손실이 창립 이래 최대인 1000억엔(약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연결기준 경상이익은 25억엔(약 264억원) 흑자였다.

JTB는 자본감소 결정에 앞서 지난해 11월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500여개에 육박하던 국내 대리점 가운데 115개(25%)를 줄이고 2만7212명에 달하던 직원은 6500명(25%)을 감축했다. 또 2021년 직원급여도 2019년 대비 30%를 삭감하고 매년 뽑던 대졸 신입사원 채용도 무기한 보류했다.
여론은 부정적 "등과 배를 바꿀 수 없다"
JTB 측의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책이라는 해명에도 자본감소를 바라보는 여론은 부정적이다. 대기업이 세금 부담을 줄이려 자본금을 중소기업 수준으로 낮추는 전형적인 '꼼수'로 보기 때문이다. 각종 소비자 커뮤니티에서 무려 2조엔(약 21조원)의 혈세가 들어간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 사업으로 수혜를 입은 JTB를 향해 '양심불량' '먹튀'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까닭이다.

JTB는 비상장 회사이지만, 연 매출 규모가 1조엔이 넘고 전체 직원이 3만명에 육박해 대기업에 속한다. 일본 정부는 대기업에 연 23.2%의 법인세를 부과한다. 자본금이 1억엔 이하인 중소기업은 연 소득의 15%만 내면 된다. JTB 입장에선 자본금을 줄여 중소기업 경감세율을 적용받을 경우 수백 억엔의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자본금 1억엔 이상 기업에만 적용하는 외형표준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법인세는 실적이 적자일 경우 면제받을 수 있지만, 연 소득 또는 자본금 기준 1% 세율이 적용되는 외형표준과세는 적자 여부와 상관없이 내야한다. 최근 JTB 외에 저비용항공사인 스카이마크와 마이니치신문 등이 절세를 목적으로 자본금을 1억엔 이하로 낮춘 것도 외형표준과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 등 일본 매체들은 JTB의 자본감소 결정에 대해 "사업 규모에 따른 세금 부담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으로 거센 논란에 부딪힐 수 있다"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 재무관료 출신 경제학자 다카하시 요이치 박사는 한 라디오 방송과의 대담에서 "등과 배를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대기업인 JTB가 자본금을 줄인다고 중소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JTB의 자본감소 결정을 계기로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진 상당수 대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자본감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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