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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유혈사태’…`미중갈등` 대리전으로 치닫나 [유은길의 PICK 글로벌이슈]

기사입력   2021.02.23 06:03

최종수정   2021.02.23 10:59

작성자   유은길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 총에 맞은 시위 참가자가 들것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 2021.2.20
미얀마가 큰 혼란에 빠졌다.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주말 시위에서 군경 발포로 시민 3명이 목숨을 또 잃었다. 앞서 숨진 사람을 포함해 최소 4명이 사망했다. 21일 현지 매체는 전날밤 현재 최소 4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유혈사태가 심해지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은 추가 제재를 거론하며 미얀마 군부를 강력히 비난했지만 군부는 변화가 없다. 군부는 최근 쿠데타로 미얀마 민주주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전 국가고문(사실상 최고 통치권자)을 감금한 뒤 군부 통치를 시작했다. 시민들은 민주주의 복원을 외치며 시위하고 있지만 군부는 전국 인터넷망을 끊고 새 내각을 임명하며 정부 구성을 완료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재제 경고에도 쿠데타 세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현재 미얀마는 외부 세계와의 단절 속에 군부와 민주주의 세력이 양보없는 대결에 들어갔다. 이로써 싹을 틔우던 미얀마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꿈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있다. 더 큰 문제는 미얀마 군부 및 민주주의 세력 간 갈등이 미국 중국 간 갈등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大결전의 최전선이 되는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시위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을 들고 쿠데타에 대한 중국의 지원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미얀마 주요 무기 공급처 및 투자자 역할을 해온 중국은 미얀마 군부 `배후세력`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최근 군사 쿠데타 배후 세력으로 중국이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미얀마 시민들은 중국을 의심하며 항의 시위를 연일 전개하는 가운데 중국 제품 보이콧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18일 "인터넷에서 떠도는 것은 완전히 헛소문"이라며 "그 목적은 중국과 미얀마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얀마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및 군대는 모두 중국과 우호 관계로 현 국면은 중국이 원치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천하이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 역시 지난 16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정치 상황은 중국이 바라는 바가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천 대사는 중국의 미얀마 쿠데타 개입설에 대해 "터무니없다"면서 "미얀마의 정치적 변화를 사전에 통지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쿠데타 중국 배후설’을 중국 정부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얀마 양곤에 있는 중국 대사관 앞에서는 연일 반중 시위가 열리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 현수막에는 `중국이 군대와 무기로 군부를 계속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적혀 있다.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도 `독재를 지원하지 말라, 군사 쿠데타 지원을 중단하라`고 쓰인 현수막이 등장했다. 미얀마에서는 군부의 전국 인터넷망 전면 차단 실행마저 중국 도움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현지시간 21일 미얀마 군정의 시위대 무력진압과 관련해 폭력 자행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군부가 쿠데타 반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장갑차를 동원하고 총기를 발포한 것에 대해 미얀마 주재 서방국 대사관들은 폭력 사용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미얀마 주재 서방국 대사관들은 14일 공동성명을 통해 "시위대와 시민들에 대한 폭력 사용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미얀마 국민의 민주주의, 자유, 평화, 번영의 추구를 지지한다"며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방국 대사관들은 미얀마 군부의 정치인과 언론인 체포 구금 그리고 인터넷 차단을 규탄했다. 공동성명에는 EU 국가 및 영국, 캐나다 등 11개국이 참여했다. 또한 지난 19일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 안보협의체)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관련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강조하며 미얀마 민주주의가 빠르게 회복돼야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실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로 하는 등 압박에 들어갔다. 영국 외무부는 미얀마 국방 장관과 내무부 장·차관 3명에게 즉시 자산 동결과 여행금지 조치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미얀마 군부 주요 인사 16명은 이미 지난해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 제재 명단에 올랐다. 캐나다도 미얀마 군부 인사 9명에게 제재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11일 미얀마 최고사량관 등 군부인사 10명과 기업 3곳에 제재조치를 내렸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미얀마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를 규탄하는 결의안도 채택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은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중국 간 이해관계로 글로벌 갈등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이번 쿠데타는 단순 우발 사건이 아니라 군부와 민주주의 세력 간 오랜 세월 뿌리깊은 갈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장기화 우려로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최영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미얀마지역연구센터 센터장)는 필자에게 “이번 쿠데타는 아웅산 정부의 군부 개혁을 위한 헌법 개정 시도를 무산시키기 위한 군부의 행동이고 민주주의 세력에게 권력을 넘기지 않기 위한 군부의 마지막 결단의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미얀마 민주주의 제도화를 위한 중요한 변곡점에 와 있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미얀마 정부는 2008년 군부가 제정한 헌법에 따라 구성되는데, 이 헌법에 의하면 국회의 25% 의석은 선거가 아닌 군부 임명으로 구성되고 행정부도 두 명의 부통령 중 한 명은 군부가 임명하며 국방부 및내무부,국경부 장관도 군부가 임명한다. 결국 군과 경찰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는 군부는 언제든 아웅산 수지 고문과 반대측 정치 지도자들을 구금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아웅산 정부가 이런 헌법에 대한 개정에 착수했으니 군부는 들고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쿠데타 항의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이 장갑차 앞에서 ‘우리를 도와 미얀마를 지켜달라, 인권억압 범죄를 멈추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미얀마 군이 저격용 소총을 들고 시위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런 내부 사정 속에 주목할 점은 국제 역학 관계이다. 중국은 미얀마 군부 및 민주화 세력과 등거리 관계를 강조하면서 이번 쿠데타를 비난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얀마 국내 정치적 갈등이 헌법 가치에 따라 잘 해결하길 바란다’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으로 동남아 국가 중에는 그동안 미얀마에 공을 들이며 해양진출을 준비하는 가운데 군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군부의 권력 장악은 나쁘지 않은 상황으로 내심 반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확산의 최선봉에 서서 민주주의 국가 동맹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세력 확장에 대응해 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동남아에서 그나마 민주주의 체제인 미얀마가 다시 군부 독재로 전환될 경우 동남아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서방세계와 함께 이번 군사 쿠데타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미국의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거리가 먼데다가 미얀마와의 경제관계도 중국만큼 크지 않아 군부에 대한 제재 조치도 그리 실효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서방세계와의 공동연대를 통한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직접적 개입 명분도 약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얀마와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 상대적으로 더 깊지만 대놓고 군부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군부가 확실히 권력을 장악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겉으로는 상황을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지시간 19일 미얀마 시위대는 `시민 불복종 운동`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쿠데타를 규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얀마 군부와 민주주의 세력 간 대결은 중국과 미국 이해관계를 대리하는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직접적 개입을 하지 않은 채 간접적 우회적 지원전략을 취하고 있다. 결국 미얀마 시민사회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제어할 만큼 충분히 성숙하고 광범위하게 연대할 수 있는 지가 이번 사태의 방향을 잡아줄 것으로 관측된다. 시위에 대한 군부의 강경대응으로 빚어진 이번 유혈사태로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 부디 양측이 협상을 통해 올바른 해법을 찾기를 기대한다.

* 미얀마는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어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포스트 베트남(베트남 진출 이후 진출할 국가)으로 주목받는 국가다. 다음 칼럼은 ‘미얀마, 포스트 베트남이 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작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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