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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5년 간의 인도네시아 현장 파견근무를 추억하며

기사입력   2021.06.16 09:42

작성자   최희진

인니, 5년 간의 인도네시아 현장 파견근무를 추억하며



2014년 7월 인도네시아 Kalsel 프로젝트(이하 칼셀 프로젝트) 준비요원으로 발령을 받고 동년 11월 자카르타로 파견업무를 나간 후 2020.1월 귀국하기까지 5년 1개월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준공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소중한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전 해외건설 경험으로는 칠레 콘셉시온 지역에 국내업체에서 수주한 발전소 건설공사에서 시운전 업무지원을 위해 8개월간 파견근무를 한 경력이 있다.
원래 주역무를 발전소 전기제어설비 설치, 시운전 및 경상정비로 경력을 쌓아가던 중이었기에 인도네시아 칼셀 프로젝트를 사업초기부터 준공까지 일관할 수 있었던 기회는 내 인생에서도 무척 귀중한 경험이었다.

작은 지면에 보잘 것 없는 글솜씨나마 5년간의 프로젝트 경험에 대해 정리하여 공유해보고자 한다.

인도네시아 현지 생활, 교육환경

처음 인도네시아 파견이 결정되었을 때 예상했던 체류기간은 3년이었다. 초, 중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을 고려했을 때 해외생활을 경험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 11월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가족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여건들을 조사해보았다.

인도네시아는 전체적으로는 세계 4위의 인구를 가지고 세계에서 면적으로 따지면 열 손가락안에 들어가는 큰 섬들을 가진 나라지만 우리 교민들의 대다수는 자바섬의 서부지역인 수도 자카르타에 살고 있다.

수마트라, 칼리만탄(보르네오), 술라웨시 등 다른 주요 섬 지역에는 국내에서 파견근무를 나온 주재원들이나 파견직원들이 단신으로 오지에 근무하거나 선교목적으로 파견나오신 선교사 가족들이 소수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현지 파견나온 주재원들의 가족들은 모두 자카르타와 인근 도시들에 사는 것이 보편적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아이들 교육을 위해 다행인 점은 한국계 국제학교들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여러 곳에 설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중국, 베트남,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 우리나라 교민들이 일찍부터 진출한 지역에는 한국계 국제학교들이 국내 교과과정과 연계하여 영어와 현지언어 교육과정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 학교를 몇 번 방문해본 결과 수업내용이 국내학교들보다 상대적으로 여유있게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만족스럽게 보내는 것이 보기 좋았다.
다만 여기에서도 입시를 준비해야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 한국에서 오신 과외 선생님들이 연 학원들이 성업중인 것도 한국과 다를 바가 없다.

자카르타의 경우는 동남아 최대의 국제도시답게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 각국에서 설립한 국제학교가 다양하게 설립되어 교육여건은 매우 좋은 지역이다.
참고로 자카르타 미국국제학교는 한때 미국 버락 오마바 대통령의 모교로 한동안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자카르타의 전반적인 생활환경은 서울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현지물가가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막상 우리 교민들이나 주재원 가족들이 만족하는 품질의 식료품이나 기타 공산품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고, 한국식품들의 경우도 당연히 한국 소비자가격에 운송비가 붙어서 오는 편이라 1.2~1.3배 정도 비싼 가격표를 붙이고 있다.
따라서, 전반적인 생활물가의 차이가 없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가족동반으로 도착한 주재원들은 보통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아파트를 선호하는데, 주로 자카르타 남부의 끄망지역, 또는 공항근처인 땅에랑에 많이 거주하고, 현지에 오래 사신 교민들은 자카르타 동남부 버카시 등지에 거주하시는 분들도 많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카르타 중심부에 가까울수록 주거비가 비싸고, 교외지역일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인력 현황 및 운용 경험

칠레에서도 겪었던 일이지만, 현지 인력들의 인건비는 생산성에 비례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2010년 기준으로 칠레 건설현장의 전기기술자 인건비가 국내의 20% 정도였는데, 현지담당자들의 이야기로는 생산성은 국내인력의 10% 정도라 오히려 인건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는 불평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유사하게 동종의 인력에 대한 인건비가 국내 인건비의 30% 수준이었지만, 우리가 원하는 능력을 가진 인력을 고용하려고 인터뷰를 해보면 능력에 상관없이 터무니없이 높은 임금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아 인력채용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칼셀 프로젝트의 경우, 현지 건설 및 시운전 인력의 채용을 우리가 직접 수행할 수 있었다.
건설인력의 경우 칼리만탄 지역 출신자들을 30%, 그 외 지역 출신자들을 70% 정도 채용하였고, 시운전 인력들은 현지 고등학교와 인근 대도시인 반자르마신에서 대규모 채용홍보행사를 진행하고 지역관공서의 도움을 받아 필요인력의 다수를 직접 교육하여 채용하였다.
시운전과 경성업무를 진행할 간부급 직원들은 인도네시아 전국단위에서 모집하였는데 다행히 일정수준의 실력있는 인원들을 적기에 채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인건비에 따른 성실함의 비례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주변 발전소 등의 임금과 형평을 맞추고 직접 인터뷰를 통해서 동의한 급여에도 불구하고 일이 조금이라도 힘들어지거나 동료들과 사소한 마찰이 있는 경우에 쉽게 사직서를 제출하는 직원들이 자주 생겨 인력충원이 발전소 시운전과 함께 준공이후에도 주요업무가 되었다.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전력증산계획에 따라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발전소 건설 붐이 일고 있어 인력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라 인력수급은 항상 잠재되어 있는 문제점이다.

협력업체(파트너)와의 연대와 인허가 문제

우리 칼셀 프로젝트는 현지 유력기업인 아다로(ADARO) 그룹과 합작으로 수행하는 프로젝트이다.
지분비율은 아다로그룹이 60%, 우리 동서발전 35%, 그리고 대주단 5%로 구성되었다.

다른 협력사업들과 마찬가지로,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도 수많은 인허가 사항들이 존재하며, 이를 획득하기 위한 유능한 현지업체와의 협력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아다로그룹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대규모 석탄광산을 운영해온 오랜 경험으로 인허가와 대관업무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여 프로젝트 추진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인도네시아 전력공사(PLN)와의 전력공급계약(PPA) 체결과 송전선로를 포함한 접속설비의 건설과정에서 필요한 인허가 작업에 아다로측의 지원이 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크게 기여했다.
타 프로젝트 관련자들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PLN 관계자들과 인허가를 위한 회의약속을 잡는 일도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 프로젝트에서는 다행히 협조적인 PLN 담당자들을 만나 순조롭게 공정이 진행될 수 있었다.

건설공사의 진행에는 EPC시행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우수한 현장관리도 큰 기여를 했다.
칼셀 프로젝트의 건설기간 중 PLN과의 협의과정에서 PLN이 추진 중이거나 다른 IPP 사업자들이 추진하는 건설공사의 진행공정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을 수 있었는데, PPA에 정의된 계획공정을 정확하게 준수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우리 칼셀 프로젝트가 유일했다.
그래서 PLN이 계획공정대로 진행되는 우리 프로젝트에 맞게 변전소 관리조직과 설비를 확장하지 못해 급전통신설비 교정같은 일부 공정이 지연되는 경우도 생겼다.

칠레에서도 경험한 일이지만 국내 EPC 시행사들의 사업능력은 국제적으로 탁월한 수준에 올라있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저가수주공세에 불가피하게 밀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COVID-19로 인해 우리나라의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중국의 저가수주로 인한 사업주들의 피해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우리나라 업체들이 국제적인 EPC 사업수주전에서 좋은 성과를 낼 시기가 곧 도래할 것으로 기대된다.

EPC 사업수주의 성과는 국내 기자재 공급사에게도 시장확대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고용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다시 우리나라의 시장이 확대되는 중요한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기자재의 수급과 현지정비업체의 선정

발전소 건설 및 운영프로젝트는 발전소의 건설과 함께 30년 정도의 운영기간 동안 전력을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따라서, PPA에 규정된 이용율을 준수하며 고장없이 발전소를 운영하는 것이 수익창출의 기본이다. 발전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신뢰성 있는 기자재의 선정과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정비업체의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칼셀 프로젝트에서는 주요 기자재에 대해 한국산 제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계약하여 기자재 품질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경상정비 및 계획예방정비공사업체는 현지에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국내와 같이 정비품질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업체의 공사실적에 근거하여 정비공사업체를 선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경우, 산업단지가 집중되어 있는 자바섬지역이 정비업체를 구하기가 용이하지만 칼리만탄에 위치한 우리 발전소는 상대적으로 품질이 확보된 업체를 구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국내의 발전소 정비업체들이 현지업체들과 합작을 통해 인도네시아 발전소 정비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도네시아 현지 발전소들의 경우 소용량 발전기에 중국산 기자재를 사용한 발전소들이 많아 기자재의 신뢰성 문제로 가동정지가 잦고 정비수요가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현지 규제로 인해 많은 업종에서 직접투자가 아닌 경우 외국인력의 현지투입이 어렵기 때문에 현지업체와 합작을 통한 발전소 정비사업 진출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지업체와의 신뢰관계와 업체의 자금사정 등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많이 있지만 몇 개의 성공적인 사례들을 통해서 성과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의외의 블루오션 시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성 평가를 통해 저가의 중국산 기자재들을 신뢰성 있는 국산 기자재로 교체하는 설비개선 공사부터 주기적인 계획정비공사까지 인도네시아 시장의 발전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1960~70년대 우리나라보다 성장잠재력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인도네시아를 기억하는 사람들 중에는 “30년째 해가 뜨는 중인 나라”라며 우스개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만큼 이 나라가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성장잠재력이 높은 나라이고, 최근에는 발전하는 IT산업의 수혜를 직접 받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자카르타 시내를 가로지르는 Grab과 GoJack 오토바이들의 행렬과 Uber가 들어온 이후부터 활성화된 공유차량 서비스까지 다양한 산업들이 IT기술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

칼셀 프로젝트에서 나의 출퇴근을 담당했던 Nashar라는 친구는 차량운전과 함께 부업으로 통신판매를 통한 옷 장사도 같이 하고 있었다.
이렇게 젊은 인구들을 중심으로 상거래가 발전을 시작하다 보면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필요성이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진출할 시장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아직 젊은 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가 꼭 확보해야할 시장이기도 하다.
지난 5년간 인도네시아 생활은 이 나라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발전이 우리나라에도 꼭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간절히 가져본다.
아빠까바르!

* 기고자: 한국동서발전(주) 울산화력본부 고한종 / 前인도네시아 PT.TPI(PT.Tanjung Power Indonesia) E&I(Electric and Instrument) Manager

※ 위의 내용은 기고자의 의견이므로 우리 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출처 및 참고>
해외건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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