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법원 "산소 부족 코로나 환자 사망은 집단학살 범죄"(종합)
"타조처럼 모래에 머리 박아" 정부 질책…뉴델리서만 최근 산소 부족으로 40명 숨져
신규 사망은 3천500명 안팎 '세계 최다'…최근 2주간 1분에 2명꼴 사망
(뉴델리·서울=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김경희 기자 = 인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에 따른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를 '집단학살에 준하는 범죄 행위'로 규정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인도 알라하바드 고등법원은 이날 공개한 판결문에서 코로나19 환자 2명의 사망과 관련, "의료용 액화 산소의 안정적 공급 책임을 맡은 자들에 의해 자행된 집단학살에 준하는 범죄 행위"라고 밝혔다.
이 법원은 2차 코로나 대확산으로 심각한 피해를 본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를 관장한다.
법원은 특히 의료용 산소의 매점 상황과 산소 부족을 호소하는 극빈층의 고통을 대비한 영상 자료를 인용하며 주정부를 강도 높게 질책했다.
법원은 "산소 공급이 충분하다는 정부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거를 발견했다"며 주정부가 즉각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최근 연방정부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뉴델리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라고 명령한 델리 고등법원도 이날 다시 정부에 관련 대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고 인도 NDTV는 보도했다.
인도에서는 청원 심사 등과 관련한 법원의 명령이 법에 견줄 정도의 효력을 갖는다. 당파 간 대립과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의회를 대신해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현실에 개입해온 전통 덕분이다.
델리 고등법원은 "지난 2주간 산소 부족과 관련한 수많은 청원이 제기됐다"며 공급량을 늘리라는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당신들은 타조처럼 모래에 머리를 박고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계속 이대로 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전국 곳곳에서는 산소 공급 중단으로 인한 환자 사망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뉴델리에서만 환자 약 40명이 산소 부족으로 숨졌다.
코로나19 중환자들은 혈중 산소량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저산소혈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산소 치료가 필수인 경우가 많다.
이날 남부 카르나타카주의 병원 두 곳에서도 환자 7명이 갑자기 사망했는데 산소 부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NDTV는 보도했다.
당국은 산업용을 의료용 산소로 돌리고 관련 생산 시설을 추가로 구축하고 있지만 산소 수요가 워낙 갑자기 폭발한 바람에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 CBS방송에 따르면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22만2천여명 가운데 4분의 1인 5만7천여명이 지난 한 달간 사망했다.
특히 최근 2주간 사망자를 집계해 보면 시간당 평균 120명으로 1분에 2명꼴로 코로나19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최근 하루 사망자 수는 3천500명 안팎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신규 사망자 수도 연일 35만명 이상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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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5.05 11:46